제조 AI에서 "옳은 질문"이란 무엇인가

박종영

질문의 격이 온톨로지의 격을 결정한다

— 제조 AI에서 "옳은 질문"이란 무엇인가 —


유선경의 『질문의 격』을 읽다가 손을 멈췄다.

"질문의 수준은 얼마나 모르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아는지를 드러낸다."

제조 현장에서 AI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나는 정확히 같은 말을 다른 언어로 해왔다. 다만 내가 쓴 단어는 '질문' 대신 온톨로지였다.


제조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AI한테 물어봤는데 엉뚱한 답이 나왔어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되묻는다.

"AI가 잘못 답한 건가요, 아니면 질문이 잘못된 건가요?"

대부분은 후자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 질문이 잘못된 게 아니라, 질문을 담는 그릇이 잘못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그 그릇이 바로 온톨로지다.


온톨로지란 무엇인가 — 철학에서 제조 현장으로

온톨로지(Ontology)는 원래 철학 용어다. "존재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학문. 그런데 컴퓨터 과학에서는 이것을 빌려와 전혀 다른 쓰임새로 쓴다.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정의한 지식 구조."

제조 현장에 옮기면 이렇게 된다.

  • 용접 전류용접 공정에 속한다
  • 용접 공정이음부 품질에 영향을 준다
  • 이음부 품질최종 제품 강도를 결정한다

이 관계들을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의해놓은 것 — 그게 제조 온톨로지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 질문이 나온다.

이 관계들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정의하는가?


잘못된 온톨로지는 잘못된 질문에서 태어난다

제조 현장에서 AI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가장 흔한 패턴을 나는 이렇게 정리한다.

"데이터는 있는데 답이 없다."

왜 그럴까. 데이터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데이터는 넘친다. 문제는 그 데이터가 어떤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집됐는지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진동 센서 데이터를 3년간 쌓아왔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그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

  • 센서마다 단위가 다르다 (mm/s² vs g)
  • 설비명이 라인마다 다르게 불린다 ("Lathe_01" vs "선반1호기" vs "L01")
  • 측정 시점이 교대 기록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 상태에서 AI에게 물으면 어떻게 될까.

"이 설비가 언제 고장날 것 같아?"

AI는 답한다. 그럴싸하게. 하지만 그 답을 신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질문 자체가 전제하는 맥락 — 설비의 정체, 운전 조건, 정상 범위의 기준 — 이 아무것도 정의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온톨로지 없는 AI 질문은, 사전 없는 외국어 대화와 같다.


유선경이 말한 "옳은 질문"의 6가지 조건과 온톨로지의 대응

책에서 제시한 옳은 질문의 조건들을 제조 온톨로지 설계 원칙으로 번역하면 놀랍도록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① 의문사를 명확히 하라 → 질문의 타입을 정의하라

"불량이 왜 나는가(원인)"와 "불량이 얼마나 나는가(빈도)"는 전혀 다른 온톨로지 구조를 요구한다. 같은 '불량'이라는 단어지만, 질문의 방향이 다르면 수집해야 할 데이터도, 연결해야 할 개념도 달라진다.

② 핵심 어휘를 정립하라 → 용어를 표준화하라

제조 현장에서 '불량', '결함', '이상', '편차'는 현장마다 다르게 쓰인다. 온톨로지는 이 용어들의 관계를 명시적으로 정의한다. '결함(Defect)'은 '불량(Nonconformance)'의 하위 개념이고, '편차(Deviation)'는 '공정 이상(Process Anomaly)'의 선행 신호다 — 라는 식으로.

③ 맥락을 파악해 질문하라 → 연결 관계를 설계하라

"이 부품의 치수가 왜 벗어났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치수 측정값이 어떤 공정 파라미터, 어떤 작업자 조건, 어떤 원자재 로트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온톨로지가 미리 정의해두어야 한다. 맥락 없는 데이터는 그냥 숫자다.

④ 질문을 중립화하라 → 편향된 구조를 제거하라

"왜 야간 불량이 더 많은가"라는 질문은 이미 야간에 원인이 있다는 전제를 품고 있다. 온톨로지는 시간, 조건, 작업자, 설비를 동등한 노드로 배치하여 어느 방향으로도 분석할 수 있게 구조를 중립화한다.

⑤ 범주를 좁히고 구체적으로 질문하라 → 클래스와 인스턴스를 분리하라

"설비 문제"라는 막연한 범주 대신, "3호 라인 CNC 선반의 주축 베어링 온도 이상"처럼 구체적인 인스턴스로 내려가야 AI가 의미 있는 답을 줄 수 있다. 온톨로지의 클래스 계층 구조가 바로 이 구체화를 가능하게 한다.

⑥ 어린이의 호기심으로 질문하라 → 당연한 것에 왜를 붙여라

제조 현장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원래 그래요"다. 온톨로지 설계의 출발점은 이 '원래 그래요'에 의문을 붙이는 것이다. 왜 이 공정은 이 순서여야 하는가. 왜 이 파라미터가 품질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는가. 이 '왜'들이 쌓여서 도메인 지식이 되고, 그것이 온톨로지의 뼈대가 된다.


제조 온톨로지는 "집단 지성의 질문 체계"다

개인이 하는 질문에는 한계가 있다. 한 사람의 앎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제조 온톨로지는 다르다. 설계 엔지니어의 지식, 현장 작업자의 암묵지, 품질 담당자의 판단 기준, 유지보수 전문가의 경험 —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연결된다.

이건 단순한 데이터 정리가 아니다. 조직이 수십 년간 쌓아온 질문의 총합을 명시화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구조가 완성되었을 때, AI는 비로소 "옳은 방식으로 질문받은" 상태가 된다. 그래야 옳은 답이 나온다.


질문의 격이 곧 온톨로지의 격이다

유선경은 이렇게 썼다.

"질문이 없으면 생각이 없고, 생각이 없으면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없다."

나는 여기에 한 줄을 덧붙이고 싶다.

온톨로지가 없으면 AI는 질문을 이해할 수 없고, AI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면 제조 혁신은 없다.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트윈, 예측 유지보수 —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화려한 알고리즘이 아니다. 현장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느냐, 그 앎을 얼마나 옳은 방식으로 구조화했느냐에 달려 있다.

제조 AI의 격은, 결국 우리가 던지는 질문의 격에서 결정된다.


이 글은 유선경의 『질문의 격』(앤의서재, 2025)에서 영감을 받아, 제조 AI 온톨로지 설계 관점으로 재 해석한 것입니다.

그림출처: midjourney(How to initiate a discussion in the online community by asking ques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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