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개발자가) 진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박종영

AI 시대, 개발자가 진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매일같이 새로운 AI 도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ChatGPT, Claude, 각종 코딩 어시스턴트부터 제조업 특화 AI 솔루션까지,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기술들을 보며 많은 개발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배워야 하고, 저것도 익혀야 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새로운 도구를 배워야 할까?"라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죠.

30년 전 팀장의 조언이 주는 깨달음

한 개발자는 30년 전 대그룹 ICT기획 팀에서 듣고 배웠던 김 팀장의 말씀을 회상했습니다. 기본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하면서 데이터 구조, 컴퓨터 구조, 데이터베이스를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배웠습니다. 이는 빠르게 바뀌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잘 변하지 않는 지식을 배우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 말이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나 프레임워크 보다는 컴퓨터 과학의 근본 지식을 배우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 팀장의 말씀이 얼마나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AI 혁명이 가져온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진리였던 것입니다.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AI 도구들을 습득하려고 분주한 우리가 정작 놓치고 있는 본질적인 가치는 무엇일까요?

 

진짜 변하지 않는 것들

그렇다면 AI 시대에 '잘 변하지 않는 지식'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기술적 영역에서는 유행에 따라 자주 바뀌는 AI 툴보다는 스프링 프레임워크, 객체 지향 프로그래밍과 같은 프로그래밍 패러다임, 아키텍처 설계 방식과 같은 근본적인 기술들이 해당됩니다. 더 나아가 컴퓨터 과학의 원론적이고 이론적인 지식들이죠.

AI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종 AI 툴의 사용법보다는 AI의 원천기술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선형대수와 미적분학 같은 수학적 기초, 신경망의 역전파 알고리즘, 경사하강법과 같은 최적화 이론, 확률론과 베이즈 정리, 그리고 Transformer 아키텍처나 CNN(합성곱 신경망)과 같은 핵심 모델 구조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원천기술들은 ChatGPT든 Claude든, 제조업 AI든 의료 AI든 상관없이 모든 AI 솔루션의 근간이 되는 불변의 기술들입니다.

비기술적 영역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 자신을 어필하고 영업하는 능력, 연봉을 협상하는 능력, 그리고 자산을 지키고 불리는 재테크 지식 등은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여전히 필요한 핵심 역량들입니다.

이런 지식들을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5년이 지나도 이 지식이 여전히 쓸모있을까?"를 자문해보는 것입니다.

 

왜 새로운 기술 습득이 어려울까?

새로운 AI가 나올 때마다 습득하고 활용하기가 어렵고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답은 기술의 원론적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기술의 근본 원리를 알고 있다면 활용이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FORTRAN을 배우고 활용하다가 C가 나오고, 그 C를 활용하다 보면 또 다시 Python이 나오고, 또 배우고... 이런 식으로 계속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보다는 변하지 않은 지식인 컴파일에 대한 이해, 프로그래밍 언어와 객체지향 프로그래밍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갖추고 있다면 어떨까요? 프로그래밍을 위한 규약이나 규칙에 매몰되지 않고 진짜 중요한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원천기술의 불변성

결국 AI 관련 새로운 솔루션들이 여기저기서 출시되고 있지만, 그 기술의 원천기술, 즉 변하지 않은 기술은 그대로입니다.

ChatGPT, Claude, Bard와 같은 다양한 대화형 AI나 제조업 특화 AI 플랫폼들, 예측정비 솔루션들, 품질검사 AI 시스템들은 모두 겉모습은 다르지만 내부 엔진은 동일한 원천기술을 사용합니다. Transformer 아키텍처, 신경망의 기본 원리, 역전파 알고리즘, 경사하강법, 수학적 최적화 이론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제조업을 예로 들면, 예측 정비 솔루션들은 회사마다 다른 UI와 브랜딩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모두 시계열 분석과 패턴 인식 기술을 활용합니다. 핵심은 신호 처리 이론과 통계적 모델링이죠. 품질 검사 AI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기 다른 인터페이스와 특화 기능을 제공하지만 근본은 컴퓨터 비전의 합성곱 신경망(CNN)이고, 기초는 이미지 처리와 패턴 매칭 원리입니다.
 

 

균형 잡힌 접근법

그렇다고 해서 AI 공부를 아예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AI 기술의 트렌드에 뒤쳐지면 안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트렌드에 뒤쳐지지 말라고 했지, 유행을 따라가서 선구자가 되라는 말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제안은 이렇습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1~2위의 AI 툴 정도만 익히면 충분합니다. 나머지 시간은 잘 변하지 않는 지식을 쌓는 데 투자해야 합니다.

 

어려운 길이 경쟁력이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추상훈 선수의 "어려운 길을 가라"는 말처럼, 누구나 쉽게 배우고 쉬워 보이는 길은 남들도 다 쉬운 레드오션인 경우가 많습니다. 경쟁자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쉽게 배우기 어려운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차별점이 됩니다.

 

기술의 뿌리를 이해하라

기술 평가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솔루션의 원천기술이 무엇인지" 파악하면 본질적 성능을 예측할 수 있고, 벤더의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고 기술적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투자 결정을 할 때도 원천기술을 이해하면 기술 로드맵을 예측할 수 있어 "이 기술이 5년 후에도 유효할까?"에 대한 판단 근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팀 역량 개발 측면에서도 솔루션별 개별 교육보다는 원천기술 교육이 더 효율적입니다. 한 번 배우면 여러 솔루션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나무가 아닌 뿌리에 투자하라

AI 시대의 개발자는 새로운 AI 툴의 등장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변하지 않는 근본적인 지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컴퓨터 과학의 원리, 프로그래밍 패러다임과 같은 기술적 지식뿐만 아니라 소통, 협상, 재테크와 같은 비기술적 핵심 역량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의 뿌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어떤 새로운 가지가 나와도 두렵지 않습니다. 표면적인 문법이나 규약에 매몰되지 않고 진짜 중요한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쉬워 보이는 길보다는 어려워 보이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AI 시대에서 경쟁력 있고 차별점 있는 개발자로 생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본질을 깊이 이해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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