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나는 양자 정보 통신에 대해 궁금해 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양자 키 분배(QKD), 얽힘(entanglement), 노-클로닝 정리 같은 개념을 통해 기존 통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고보안 기술에 매료되었다. KT와 ETRI, KAIST 등이 주도하는 한국의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개발 소식도 흥미로웠다. 그런데 이 실용적인 기술을 파고들수록, 더 깊은 질문이 떠올랐다.
"이 모든 현상의 근본, 즉 존재 자체는 무엇인가?"
그렇게 대화는 온톨로지(존재론)로 자연스럽게 이동했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세상이 독립적이고 고정된 '사물'과 '속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입자는 분명한 위치와 운동량을 가지며, 관찰자와 무관하게 존재한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이 편안한 그림을 산산조각 낸다.
중첩(superposition), 얽힘, 측정 문제 — 이 현상들은 "무엇이 실제로 존재하는가?"라는 근본 질문을 던진다.
양자역학의 여러 해석 가운데, 특히 관계적 양자역학(Relational Quantum Mechanics, RQM) 이 내 관심을 사로잡았다. Carlo Rovelli가 1996년에 제안한 이 해석은 단순하면서도 혁명적이다.
나는 이 아이디어를 이렇게 표현했다.
"온톨로지는 문제 혹은 관점에 따라 관계망이 바뀐다."
이 말은 RQM의 핵심을 정확히 건드렸다.
하나의 시스템이 중첩 상태에 있을 때, 한 관찰자(Friend)에게는 이미 결정된 사실이지만, 바깥 관찰자(Wigner)에게는 여전히 중첩된 얽힌 상태로 보인다. Wigner's Friend 사고실험을 수학적으로 풀어보면 이 점이 더 선명해진다.
스핀 1/2 입자 S가 α|0⟩ + β|1⟩ 중첩 상태일 때:
|1⟩로 투영된다 → 결정된 사실α|0⟩|"0"⟩ + β|1⟩|"1"⟩처럼 얽힌 중첩으로 남아 있다같은 물리적 과정인데, 관점이 다르니 관계망 자체가 달라진다. 이는 모순이 아니라, 관계적 사실(relative facts) 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 관계적 관점은 양자 정보 이론과도 깊이 연결된다.
|ψ⟩_S|O는 단순한 물리적 실재가 아니라, 시스템 S에 대한 O의 관계적 정보(relative information) 다.결국 정보 자체가 독립적 실체가 아니라,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만 존재한다 는 뜻이다.
최근 발전은 이 아이디어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Arash E. Zaghi의 Relational Quantum Dynamics (RQD, 2024~2025) 는 관계와 정보를 물리학의 근본 온톨로지로 삼아, 시간·공간·관찰자까지 모두 관계 네트워크에서 떠오른다고 본다. Cross-Perspective Links 같은 보완 공리는 서로 다른 관점 간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하며, 상호 주관성을 회복하려 한다.
2025~2026년 논문들에서는 perspectivism, POVM-based ontology, metaphysical coherentism(상호 의존 일관주의) 등이 활발히 논의되며, RQM이 단순 해석을 넘어 새로운 실재 이해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여정은 서양 철학의 과정 철학(Whitehead) 이나 동양의 연기(緣起)·공(空) 사상과도 놀라운 수렴을 보인다. 모든 것은 독립적 자성이 없고, 무한한 관계의 그물(Indra's Net)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생각 말이다.
양자역학은 우리에게 말한다.
"세상은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보는 관점에 따라 재구성되는 동적 관계망이다."
이 생각을 데이터 과학과 정보 처리 분야로 확장하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고전적 데이터는 고정된 절대적 사실의 집합이다. 테이블, 그래프, 벡터 공간에서 데이터는 관찰자(사용자, 쿼리)와 무관하게 존재하며, SQL이나 필터링은 단순히 "발견"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RQM적 양자 관점 에서는 데이터가 절대적 실체가 아니라, 관계적 정보(relative information)의 네트워크 가 된다. 각 데이터 포인트는 다른 데이터(또는 관찰자)와의 상관, 중첩, 얽힘으로 표현된다.
전통적 정규화 대신 관계적·관점 의존적 구조로 저장한다. 데이터셋을 Hilbert 공간 같은 다차원 상태 공간으로 매핑하고, 각 레코드를 중첩 상태로 인코딩한다.
(여기서 '중첩'과 '얽힘'은 실제 양자 하드웨어가 아닌, 고전 시스템에서 수학적 구조를 차용한 양자 영감(quantum-inspired) 모델로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추천 시스템에서 "A 고객이 상품 X를 좋아할 가능성 + 싫어할 가능성"을 동시에 유지한다. 데이터 간 관계는 얽힘으로 모델링해 한 변화가 다른 데이터에 비국소적으로 영향을 주도록 한다.
쿼리는 관찰자(observer)의 상호작용이다. 보는 관점(쿼리 컨텍스트, 사용자 의도, 시간·맥락)이 바뀌면 관계망이 재구성되어 다른 사실(facts)이 실제화된다.
고전적 쿼리는 고정된 결과를 반환하지만, 양자적 추출은 측정-like 과정으로 Born 규칙에 따라 특정 관계적 사실이 확률적으로 실현(actualized) 된다. 관점이 다르면 다른 상대적 사실이 추출된다(Wigner's Friend처럼).
이 접근의 장점은 모호성·맥락 의존성·불확실성을 자연스럽게 처리한다는 점이다. 추천 시스템에서 같은 데이터가 사용자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추천으로 나타날 수 있다. Cross-Perspective Links처럼 서로 다른 관점 간 정보 공유 링크를 추가하면 상호 주관성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도 이 방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양자 영감(quantum-inspired) 추천 시스템 에서는 사용자-아이템 관계를 중첩 + 얽힘으로 모델링해, 사용자 관점(쿼리)에 따라 동적으로 추천을 추출한다. RQD처럼 정보를 근본 온톨로지로 삼는 프레임워크는 데이터 자체를 "관계 네트워크"로 재정의하며, 빅데이터·AI 시대의 고정성·맥락 무시 문제를 극복할 잠재력을 보여준다.
결국 데이터는 "고정된 저장소"가 아니라 동적 관계망 이 된다. 보는 관점(문제 상황)이 바뀌면 관계 고리가 재구성되어 새로운 데이터를 추출하는 — RQM의 "관점에 따라 온톨로지가 바뀐다"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자체의 존재론(ontology)을 바꾸는 접근 이다.
이 여정은 양자 정보 통신에서 시작해 온톨로지, 관계적 해석, 정보 이론, 그리고 데이터 처리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시대가 아니라, 현실의 본질 자체를 재정의해야 하는 시대 에 살고 있다. 중첩과 얽힘, 관찰자 효과는 더 이상 미시 세계의 기이한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과 데이터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강력한 철학적·실용적 도구다.
관점이 바뀌면 관계망이 바뀐다. 그리고 그 관계망이 곧 우리가 사는 현실이자, 우리가 다루는 데이터의 본질이다.
이 생각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면 언제든 댓글로 이어가자. 양자적 관점에서 본 존재론과 데이터 세계는 아직 탐험할 거리가 많으니까.
이 글은 아래 논문들과 Grok, Claude과의 실제 대화(생성형 AI 보조 활용)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ional Quantum Dynamics (RQD): An Informational Ontology
Arash E. Zaghi (2024, arXiv:2412.05979, 2025 업데이트)
🔗 https://arxiv.org/abs/2412.05979
On perspectivism and relationalism of Relational Quantum Mechanics
J. Luc (2025, Foundations of Physics)
🔗 https://arxiv.org
Relational Quantum Mechanics and (Soft) Perspectivism
(2025, Foundations of Physics)
Anti-foundationalist Coherentism as an Ontology for Relational Quantum Mechanics
(2024)
A POVM-based ontology for relational quantum mechanics
V. Fano et al. (2026, European Journal for Philosophy of Science)
Relational interpretation of quantum theory and relational ontology — beyond Carlo Rovelli to Hwe Ik Z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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