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연구회
경남ICT협회 AI 연구 모임
팰런티어(Palantir)에 대한 기사에서 FDE(Forward Deployed Engineer) 모델을 처음 접했을 때, 단순히 '고객사에 파견되는 엔지니어'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제조업 AI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면서, 이 모델이 담고 있는 철학과 접근 방식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깨달았다.
FDE는 팰런티어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고객사 현장에서 직접 구현하고 운영하는 엔지니어다.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서, 고객의 비즈니스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한다.
핵심은 현장 상주다. 몇 개월에서 몇 년간 고객사에 머물며, 그들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간다. 원격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매뉴얼을 전달하는 전통적인 IT 프로젝트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이다.
제조 현장은 책상 위에서 그려볼 수 있는 단순한 환경이 아니다. 온도, 습도, 진동, 먼지, 전자기 간섭 등 수많은 물리적 변수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한다. 더욱이 각 공정마다 고유한 특성과 제약 조건이 존재한다.
이런 환경에서 AI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 안에서 정밀한 수술을 하는 것과 같다. 이론적 모델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면,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학습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제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숙련공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한 암묵적 지식에 있다. "이 소리가 나면 뭔가 이상하다", "진동 패턴이 평소와 다르다", "색깔이 미묘하게 변했다" - 이런 직관적 판단들은 매뉴얼에 기록되지도 않고, 언어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바로 이런 지식들이 AI 시스템이 학습해야 할 가장 가치 있는 데이터다. 이를 추출하고 디지털화하려면, AI 전문가가 숙련공과 함께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사고 과정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AI 기술 자체는 도구일 뿐이다. 진정한 가치는 그 도구를 특정 도메인의 문제 해결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FDE는 단순히 팰런티어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설정하는 역할이 아니다. 정부, 금융, 제조업 등 각 분야의 고유한 문제와 제약 조건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설계한다.
원격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와 현장 상주형 프로젝트의 차이는 단순히 물리적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현장에 있어야만 포착할 수 있는 미묘한 신호들, 문서화되지 않은 업무 프로세스들, 조직 내 역학 관계 등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제조업에서는 실제 생산 라인의 리듬과 흐름을 몸으로 느껴야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데이터시트만 보고는 절대 알 수 없는 현실이 있다.
완벽한 시스템을 한 번에 구축하려는 시도보다는, 작은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며 신뢰를 쌓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아 시스템을 개선하고, 성공 경험을 통해 더 큰 도전으로 확장해 나간다.
이는 특히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제조업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접근 방식이다. 급진적 변화보다는 점진적 개선을 통해 조직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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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E 모델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깊은 기술적 전문성과 넓은 도메인 이해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가 있기 때문이다. AI/데이터 분야에서도 이런 T자형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기존 AI 전문가들은 제조업의 물리적 제약과 안전 요구 사항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제조업 전문가들은 AI/ML의 가능성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한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핵심 과제다.
기술팀과 현장팀 간의 벽을 허물고, 상호 학습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AI 엔지니어는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현장 전문가는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에게 투자하고, 실패를 통한 학습을 허용하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기술의 화려함보다는 실제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99% 정확도를 자랑하는 모델보다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80% 시스템이 현장에서는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사용자가 신뢰할 수 있고, 일상 업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팰런티어의 FDE 모델은 단순한 업무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문제 해결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보여준다. 기술과 도메인, 이론과 현실, 개발자와 사용자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제조업 AI의 미래는 첨단 알고리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진짜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끈기에 있다. FDE 모델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우리도 이제 사무실을 벗어나 현장으로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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